할머니 댁 창고를 비우다가 마주친 현실

할머니 댁 창고를 비우다가 마주친 현실

낡은 창고를 비우기로 마음먹었던 주말

지난달에 시간을 내서 계룡에 있는 할머니 댁 창고를 비웠다. 예전에는 그냥 시골집이라서 마당 구석에 대충 쌓아두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시골도 동네 분위기가 많이 바뀌어서 함부로 방치하면 눈치가 꽤 보인다. 특히나 20년 넘게 묵혀둔 농기구랑 낡은 안마의자가 문제였다. 안마의자는 거의 15년 전에 산 건데, 부피가 너무 커서 혼자 옮기지도 못하고 처치 곤란인 상태로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처음에는 동네 아저씨들한테 부탁해서 고물상에 넘길까 싶었는데, 막상 들어보니 무게가 장난이 아니더라. 결국 전문 업체를 알아봐야겠구나 싶어서 검색을 좀 해봤다. 계룡 근처가 생각보다 폐기물 처리하는 곳이 까다롭더라. 지정폐기물까지는 아니더라도 혼합 폐기물이 나오면 처리 비용도 만만치 않고 신고 절차도 복잡해서 머리가 아팠다.

견적을 알아보다가 느낀 막막함

전화를 몇 군데 돌려봤다. 이천이나 화성 쪽에서 대규모 철거를 하는 업체들은 계룡까지 오려면 출장비가 꽤 붙는다고 했다. 아무래도 수도권 중심이라 그런지 충청권으로 내려오는 걸 선호하지 않는 느낌이었다. 어떤 곳은 대충 사진 찍어 보내달라길래 보냈더니, 예상보다 폐기물 양이 많다며 비용을 꽤 높게 불렀다. 정확히 얼마라고 딱 잘라 말하기 애매한 게, 가구랑 잡동사니가 섞여 있으면 혼합 폐기물로 분류되어서 처리비가 올라간다고 하더라. 한 50만 원 내외로 생각했는데, 인건비랑 차량 대여비까지 합치니까 80만 원 가까이 견적이 나오길래 순간 고민이 됐다. 시골집 철거비용이 한두 푼 드는 것도 아니고, 그냥 내가 조금씩 나눠서 버릴까 싶기도 했는데, 그러다간 올해가 다 가도 끝을 못 볼 것 같았다.

무작정 시작한 현장 정리의 피로감

결국 그냥 몸으로 때우자는 심정으로 주말에 내려가서 정리를 시작했다. 날씨는 또 왜 그렇게 더운지, 땀이 비 오듯 쏟아졌다. 가장 먼저 한 건 안마의자 분해였다. 나사가 녹슬어서 잘 돌아가지도 않아서 WD-40을 뿌려가며 한참을 씨름했다. 겨우 분해를 해서 옮기는데, 이게 생각보다 너무 무거워서 손목이 나가는 줄 알았다. 그리고 창고 안쪽 구석에 쌓인 플라스틱 통이랑 비닐 쓰레기들이 문제였다. 이게 겉보기에는 별거 아닌데 막상 봉투에 담으려니 찢어지고 먼지가 엄청나게 날렸다. 옆집 할머니가 지나가면서 ‘그거 다 버리려면 돈 꽤 들 텐데’ 하시는데, 괜히 마음이 더 급해졌다. 폐기물 신고를 미리 해두긴 했는데, 막상 현장에서 분리배출을 하려니 어디는 재활용이고 어디는 일반 쓰레기인지 헷갈리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폐기물 처리의 현실적인 난관들

쓰레기를 치우다 보니 예상치 못한 일들이 생겼다. 예전에 쓰던 사료 포대나 도축 부산물이 담겼던 것 같은 낡은 자루들이 나왔는데, 이게 그냥 일반 쓰레기인지 아니면 따로 처리해야 하는 건지 애매하더라. 동네 분들 말로는 요즘 충주나 제천 쪽 폐기물 처리장도 규정이 깐깐해져서 대충 버리면 안 된다고 했다. 결국 오전 9시에 시작해서 오후 4시가 넘어서야 겨우 마무리를 했는데, 차에 실어 나르는 과정에서 몇 번을 왕복했는지 모르겠다. 1톤 트럭을 빌릴까 하다가 운전이 겁나서 승용차 뒷좌석을 다 눕히고 여러 번 실어 날랐는데, 기름값에 시간 허비한 것까지 치면 그냥 업체 부르는 게 나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중간에 밥 먹을 시간도 없어서 편의점에서 대충 때웠는데, 그게 벌써 3주 전 일인데도 아직도 팔 근육이 욱신거린다.

정리하고 난 뒤의 찝찝함

결국 깔끔하게 다 치우긴 했다. 그런데 속이 시원하기보다는 묘하게 찝찝하다. 내가 버린 것들이 제대로 처리된 건지도 잘 모르겠고, 다음에 또 이런 일이 생기면 그때는 과연 직접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남는다. 시골집은 한번 정리를 시작하면 끝이 없다. 창고 하나 비우고 나니까 이제는 안방이랑 마당에 굴러다니는 잡동사니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왕대리 쪽은 도시가스 들어오면서 동네가 좀 깨끗해졌던데, 우리 집은 왜 이렇게 고칠 게 많은지 모르겠다. 다음번에는 진짜 마음 편하게 전문 업체에 맡기고 싶다. 근데 막상 그 비용 들일 생각 하면 또다시 혼자 할까 싶어지는 내 모습이 좀 웃기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하다. 폐기물 처리라는 게 돈이랑 시간, 체력 사이에서 항상 저울질하게 만드는 것 같다.

댓글 3
  • 자루에서 냄새가 났어요. 억지로 끝까지 처리하려다 오히려 몸이 지쳐버렸네요.

  • 20년 넘은 안마의자 생각하면 진짜 답답하네요. 저도 비슷한 물건들 정리할 때, 생각보다 폐기물 처리 비용이 많이 나오더라고요.

  • 플라스틱 통 정리하면서 WD-40 생각만 나네요. 저도 오래된 물건들 분해할 때 비슷한 겪어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