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사 갈 때 짐 정리라는 게 참 웃기다
이번에 낡은 집을 정리하고 옮기면서 느낀 건데, 물건을 사는 건 순식간이지만 이걸 치우는 건 정말 차원이 다른 문제였다. 솔직히 처음에는 가볍게 생각했다. 어차피 이사 업체 부르면 다 가져가 주겠지, 아니면 동네 폐기물 스티커만 붙이면 끝날 줄 알았다. 그런데 막상 안방에 있는 퀸 사이즈 침대랑 5년 넘게 키운 대형 화분 세 개가 눈앞에 나타나니 상황이 좀 달라졌다. 침대는 프레임을 다 분해해야 하고, 화분은 흙 무게 때문에 혼자서 현관까지 옮기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 아침 9시부터 낑낑대며 씨름을 시작했는데, 오후 2시가 넘어가니 도저히 답이 안 나왔다.
폐기물 업체 가격이 생각보다 천차만별이었다
결국 인터넷을 뒤져서 안산 지역 폐기물 처리 업체를 서너 군데 알아봤다. 누군 20만 원을 부르고, 누군 35만 원을 불렀다. 정확한 기준도 모르겠고, 1톤 트럭 한 대 기준으로 부르는 건지 아니면 인건비가 별도로 들어가는 건지 통화할 때마다 말이 조금씩 달랐다. 결국 가장 비싸게 부른 곳은 인건비와 폐기물 차량 운반비가 포함된 금액이라며 당일 수거가 가능하다고 했다. 급한 마음에 바로 예약을 했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굳이 그렇게까지 서둘러야 했나 싶기도 하다. 이사 날짜 맞춘다고 마음이 급해서 가격 비교도 제대로 못한 것 같아 기분이 영 개운치가 않았다.
철거는 무조건 전문가의 영역인 것 같다
주변 친구들은 셀프로 철거해서 돈을 아꼈다는 이야기를 하곤 한다. 나도 한때는 인테리어 필름 시공을 보고 ‘이 정도면 직접 할 수 있겠는데?’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현장에서 폐기물 내놓는 과정을 지켜보니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그냥 덩어리를 밖으로 끄집어내는 게 아니라, 벽지에 상처 안 내고 문틀에 흠집 안 나게 조심스럽게 분해하는 과정이 눈에 들어왔다. 그 좁은 통로를 지나가면서 냉장고 모서리를 툭 칠 때마다 내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것 같았다. 전문가들은 소형 포크레인까지 동원하는 규모 있는 철거도 하겠지만, 이런 작은 집기들 치우는 것조차 요령이 없으면 몸만 축난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
끝까지 찝찝함이 남는 뒤처리
결국 오후 늦게 업체 사람들이 와서 30분 만에 싹 치우고 나갔다. 꼬박 반나절 동안 내가 고생했던 게 무색할 정도로 순식간이었다. 비용은 총 28만 원이 들었다. 이걸 비싸다고 해야 할지, 아니면 내 고생값을 생각하면 적당하다고 해야 할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무엇보다 마지막에 안방 바닥에 남은 긁힌 자국을 보고 있으니 마음이 좀 복잡했다. 폐기물을 치우는 건 끝났는데, 정작 이사 갈 집은 또 어떤 짐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생각하니 앞이 캄캄하다. 다음에 또 이런 상황이 온다면, 그냥 고민하지 말고 처음부터 업체를 부르는 게 정신 건강에 좋겠다는 결론만 내렸다. 하지만 막상 닥치면 또 혼자 해보겠다고 덤빌지도 모르겠다. 참 미련한 일이다.
불확실한 미래와 정비사업의 굴레
뉴스에서 화수화평 재개발이니 뭐니 하는 거창한 철거 소식을 볼 때마다, 내 집 침대 하나 버리는 것과 비교가 되곤 한다. 27조 규모니 공사비 재협상이니 하는 말들은 나와는 거리가 먼 이야기 같지만, 결국 철거하고 새로 무언가를 채우는 그 지난한 과정의 본질은 똑같지 않을까 싶다. 누군가에게는 생업이 되는 철거 현장이, 나에게는 그저 빨리 지나가길 바라는 귀찮은 이벤트였다는 사실이 조금 생경하게 느껴진다. 지금은 다 치웠으니 홀가분해야 하는데, 괜히 텅 빈 방을 보며 왜 이렇게 허전한 마음이 드는지 모르겠다. 다음번엔 제발 짐 좀 줄이고 살아야지 다짐하면서도, 아마 이사 갈 때마다 똑같은 후회를 반복할 것 같다.
긁힌 자국 보니까 마음이 복잡하네요. 저도 비슷한 경험 때문에 짐 줄이는 게 이렇게 힘든지 몰랐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