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만료를 앞두고 사무실 원상복구를 알아보다가 머리가 아파졌다

계약 만료를 앞두고 사무실 원상복구를 알아보다가 머리가 아파졌다

계약 만료를 앞두고 마주한 원상복구 의무 조항의 무게

몇 년 동안 정들었던 강남 역삼동의 작은 사무실을 정리하기로 결정했을 때만 해도, 그냥 짐만 빼고 열쇠만 반납하면 끝나는 줄 알았다. 임대차 계약서를 다시 들춰보기 전까지는 그랬다. 계약서 구석에 적힌 ‘퇴거 시 임차인은 입주 당시의 상태로 원상복구하여야 한다’라는 문구가 갑자기 엄청난 무게로 다가왔다. 처음 들어올 때 데코타일을 깔고 가벽을 세워 회의실을 만들었던 기억이 스쳐 지나갔다. 내가 좋아서 한 인테리어지만 나갈 때는 전부 다 뜯어내고 콘크리트 민낯으로 돌려놓아야 한다는 뜻이었다. 막막한 마음에 인터넷을 뒤져보니 셀프로 하기는커녕 덤볐다가는 병원비가 더 나올 게 뻔해 보였다. 결국 철거 업체를 알아볼 수밖에 없었다.

엘리베이터가 좁은 강남 역삼동 상가 3층이라는 조건

사무실이 위치한 건물의 조건이 생각보다 까다로웠다.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5층짜리 상가 건물인데, 하필이면 3층이었다. 엘리베이터가 있긴 했지만 사람 서너 명 타면 꽉 차는 노후된 기종이라 무거운 폐기물이나 가벽 철거 부재들을 실어 나르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게다가 건물 앞 도로가 좁고 주차 단속이 심해서 1톤 트럭을 장시간 세워두기도 곤란한 상황이었다. 처음에 연락했던 강남철거업체 담당자는 현장을 쓱 둘러보더니, 엘리베이터 사용이 어려우니 사다리차를 대거나 아니면 인부들이 일일이 계단으로 짐을 날라야 한다고 했다. 사다리차를 대려고 해도 건물 전면에 전선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 각도가 안 나온다는 소리를 들었다. 시작부터 현장 조건 때문에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말을 들으니 한숨이 절로 나왔다.

에어컨 철거와 바닥 마루 제거에서 생긴 돌발 변수

원상복구 범위에는 천장에 설치된 시스템 에어컨과 바닥에 깔아둔 데코타일 철거도 포함되어 있었다. 에어컨은 그냥 떼어내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실외기 위치가 옥상에 있어서 배관을 다 걷어내고 구멍을 메우는 작업까지 해야 했다. 에어컨철거비용만 따로 책정되어 15만 원이 훌쩍 넘게 청구되었는데, 제조사 공식 서비스센터에 물어본 가격과 사설 업체 가격이 미묘하게 달라서 고민이 깊어졌다. 바닥의 데코타일도 문제였다. 원래 깔려 있던 낡은 마루 위에 덧방을 쳐서 시공한 탓에, 데코타일을 뜯어내니 아래에 있던 원래 마루까지 엉망으로 뜯겨 나왔다. 건물주는 원래 상태인 깨끗한 바닥을 요구했기 때문에 결국 바닥재를 전부 긁어내고 샌딩 작업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긁어낼 때 발생하는 엄청난 소음 때문에 주변 상가에서 민원이 들어올까 봐 주말 작업으로 일정을 잡아야 했다.

용인과 서울 업체를 번갈아 부르며 비교해 본 견적 차이

사무실 근처 업체들로만 알아보니 가격이 다들 비슷하게 비싼 것 같아서, 지인이 소개해주었던 용인철거업체 쪽에도 전화를 걸어 견적을 요청해보았다. 경기도 쪽에 있는 업체가 서울까지 오면 출장비나 이동 시간이 더 걸려서 비싸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막상 견적을 받아보니 서울 시내 업체들과 큰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일부 항목에서는 더 저렴하기도 했다. 서울 업체는 골목 통제와 민원 처리 비용을 기본적으로 높게 잡는 경향이 있었고, 용인 쪽 업체는 장비 대여나 인력 동원에서 약간의 이점이 있는 듯했다. 하지만 용인에서 강남까지 아침 출근 시간에 맞춰 장비와 인부가 이동하는 시간적 리스크가 있었다. 출근길 정체에 걸려 작업 시작이 늦어지면 결국 하루 만에 끝날 일이 이틀로 늘어날 수도 있다는 경고를 듣고 나니 쉽게 결정을 내릴 수 없었다.

폐기물 처리비와 인건비가 고무줄처럼 늘어나는 과정

철거 비용에서 가장 가늠하기 힘들었던 부분이 바로 폐기물처리비였다. 뜯어내기 전에는 쓰레기가 얼마나 나올지 정확히 알 수 없다며 대부분의 업체가 대략적인 톤수로 견적을 냈다. 1톤 트럭 한 대당 얼마 식으로 단가를 매기는데, 막상 가벽을 부수고 석고보드와 스티로폼이 쏟아져 나오니 부피가 엄청나게 불어났다. 처음 견적서에는 폐기물 트럭 두 대 분량으로 잡혀 있었지만, 현장에서는 금방 세 대 분량이 넘어갔다. 폐기물 성상에 따라 재활용이 안 되는 혼합 폐기물은 처리 단가가 더 비싸진다는 설명도 덧붙여졌다. 내가 보기엔 다 같은 쓰레기 같았는데 자기들만의 기준으로 분류를 하며 추가금을 요구하니 솔직히 조금 억울한 기분도 들었다. 인건비 역시 작업이 지연되면서 처음에 약속했던 1.5일이 아닌 꼬박 이틀을 채우게 되어 하루치 일당이 더 청구되었다.

모든 작업이 끝나고도 마음 한구석이 찝찝한 이유

우여곡절 끝에 바닥은 깔끔하게 시멘트 바닥이 드러났고 가벽도 흔적 없이 사라졌다. 임대인과 만나 최종 확인을 하고 보증금에서 철거 비용과 그간 밀린 공과금을 정산받았다. 통장에 들어온 돈을 보니 시원섭섭하기보다는 허탈한 마음이 먼저 들었다. 사무실을 처음 꾸밀 때 들었던 비용의 절반 가까운 돈이 고스란히 철거와 원상복구에 쓰였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계약서 도장을 찍을 때는 보이지 않던 비용들이 나갈 때가 되어서야 이렇게 부메랑처럼 돌아올 줄은 정말 몰랐다. 원상복구라는 게 결국 남의 건물 좋은 일 시켜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어서, 다음번에 혹시라도 다시 공간을 임대하게 된다면 인테리어를 최소한으로 하거나 아예 손대지 않고 쓸 수 있는 곳만 찾아야겠다고 다짐하게 되었다.

댓글 4
  • 가벽 때문에 폐기물량이 엄청나게 늘어나서 업체마다 견적 차이가 많이 나는 게 신기하네요.

  • 폐기물 양이 예상보다 훨씬 많아서, 톤 단위 견적만으로는 정확히 상황을 파악하기 어려웠어요. 특히 혼합 폐기물의 처리 단가 차이가 큰 영향을 주더라고요.

  • 데코타일 때문에 아래 마루까지 망가진 게 정말 안타깝네요. 혹시 이 부분 처리할 때 추가로 고려해야 할 점이 있을까요?

  • 데코타일 아래 마루 상태 때문에 정말 속상하셨겠어요.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그 마음 절실히 이해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