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네 밀워키 대리점에서 기계를 빌리며
셀프 인테리어라는 게 참, 처음에는 다들 패기 있게 시작한다. 나도 그랬다. 십 년 넘은 아파트 거실 마루가 보기 싫어서, 단순히 ‘뜯어내면 그만이지’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덜컥 시작했다. 유튜브에서 마루철거기계 사용하는 영상을 보면 다들 아주 쉽게 쓱쓱 미는 것 같길래 별거 아닐 거라 믿었다. 집 근처 밀워키 대리점에 전화해서 장비를 임대했는데, 하루 빌리는 데 대략 7~8만 원 정도 했던 것 같다. 생각보다 비싸서 놀랐지만, 사람 부르는 비용보다는 훨씬 싸니까 스스로 합리화했다. 막상 빌려온 기계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묵직하고 거칠었다. 현관문을 통과할 때부터 이미 무게감이 예사롭지 않았다.
땀 범벅이 된 거실 바닥과 우레탄 본드의 늪
거실 마루 한 판을 처음 딱 뜯어냈을 때의 쾌감은 잠시였다. 마루 밑에 깔려 있는 우레탄 본드가 문제였다. 이게 마치 껌처럼 끈적하게 달라붙어 있어서 기계가 나아가질 않는다. 분명히 쓱 밀면 떨어져야 하는데, 기계가 덜덜거리며 튕겨 나오기 일쑤였다. 혼자서 땀을 비 오듯 쏟으며 낑낑대고 있으니, 이 일을 왜 시작했나 싶은 후회가 밀려왔다. 옆에서 지켜보던 아내는 먼지 때문에 마스크를 쓰고도 연신 기침을 해댔다. 기계 소음은 생각보다 훨씬 커서 아파트 층간 소음이 걱정되어 눈치가 보였다. 점심도 거르고 샌드위치 하나 먹으며 계속 밀었는데, 허리는 이미 내 것이 아니었다.
작업의 속도와 예기치 못한 난관들
철거라는 게 단순히 바닥만 걷어내는 게 아니었다. 문틀 쪽이나 구석진 곳은 기계가 들어가지 않아 결국 정이랑 망치를 들고 직접 쪼아야 했다. 기계로 밀다가 너무 힘을 줘서 바닥 평탄화가 어긋난 부분도 생겼다. 나중에 여기 위에 SPC 돌마루 같은 덧방 제품을 깔아야 할 텐데, 이렇게 울퉁불퉁하게 깎아놓고 괜찮을지 걱정부터 앞섰다. 업체 사람들은 ‘마루 철거 안 하고 덧방하면 먼지도 없고 편하다’고들 하던데, 왜 나는 이 고생을 자처했는지 모르겠다. 덧방 시공도 고민했지만, 이미 기계를 빌려와서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넌 상태였다.
끝날 듯 끝나지 않는 철거의 현장
오후 4시가 넘어가니 기운이 다 빠졌다. 처음에는 하루면 충분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작업 속도가 너무 안 났다. 기계 임대 시간이 내일 아침까지라 다행이지, 만약 오늘 안에 반납해야 했다면 정말 울었을지도 모른다. 거실 한복판은 얼추 마루가 걷혔지만, 주방 쪽으로 갈수록 본드 찌꺼기가 더 두껍게 발려 있었다. 고압세척기로 씻어낼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저 헤라로 긁어내다 보니 손가락 마디마디가 다 아팠다. 도로커팅기라도 빌려왔어야 했나, 아니면 그냥 처음부터 전문가를 부를걸 그랬나 싶다.
엉망이 된 상태로 밤을 맞이하다
거실 바닥은 이제 거대한 전쟁터가 되었다. 마루 조각과 본드 찌꺼기, 정체 모를 먼지들이 한데 섞여 발 디딜 틈이 없다. 내일 아침 일찍 일어나서 이걸 다 치우고 폐기물 포대에 담을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앞이 캄캄하다. 다행히 오늘 기계 반납 전까지는 다 걷어냈지만, 깨끗한 바닥을 보려면 아직 멀었다. 전문가들이 왜 철거 비용을 그렇게 높게 부르는지, 직접 몸으로 때워보니 조금은 알 것 같다. 아직도 허리가 뻐근해서 제대로 펴지질 않는데, 내일 아침이면 또 이 짓을 반복해야 한다는 사실이 그저 막막할 뿐이다. 인테리어의 시작이 이렇게 고될 줄은 정말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