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러운 원상복구 통보와 예상치 못한 철거 비용의 늪

갑작스러운 원상복구 통보와 예상치 못한 철거 비용의 늪

갑작스러운 임대차 계약 종료와 철거 고민

지난달 말쯤, 갑자기 건물주에게 연락이 왔다. 계약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다음 세입자가 인테리어를 새로 하고 싶어 하니, 기존에 설치했던 가벽이랑 바닥재를 전부 걷어내 달라는 내용이었다. 처음에는 그냥 대충 정리하면 되겠지 싶어 가볍게 넘겼다. 그런데 막상 현장을 다시 둘러보니 설치한 지 3년이 지난 텍스 천장과 타일 바닥이 생각보다 골치 아픈 존재라는 걸 깨달았다. 이걸 내가 직접 뜯어내기엔 폐기물 처리도 문제고, 무엇보다 힘이 너무 많이 들 것 같았다. 결국 사람을 불러야겠다는 생각에 서울 시내 철거 업체를 몇 군데 알아보기 시작했다.

업체 선정 과정에서 느낀 막막함

인터넷으로 ‘태원종합철거’ 같은 곳들을 검색해 보기도 하고, 주변 지인들에게 물어도 봤지만 다들 가격이 천차만별이었다. 평당 단가로 부르는 곳도 있었고, 그냥 현장을 봐야 알겠다는 곳도 있었다. 솔직히 얼마나 나올지 감조차 오지 않으니 불안했다. 대충 알아보니 15평 정도 되는 상가 원상복구에 보통 백만 원에서 이백만 원 사이는 기본으로 잡아야 한다더라. 폐기물 처리비가 포함인지 아닌지에 따라 견적이 널뛰기를 하니, 전화기를 붙들고 있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였다. 어떤 곳은 너무 싸게 불러서 오히려 걱정되었고, 어떤 곳은 너무 비싸서 도저히 견적을 낼 수가 없었다.

철거 당일의 어수선한 현장과 의문들

결국 적당한 선에서 합의를 보고 업체를 불렀는데, 아침 8시부터 들이닥친 작업자분들은 거침이 없었다. 내가 몇 년을 고민하며 설치했던 인테리어들이 그저 먼지 나는 폐기물로 변하는 모습은 참 묘했다. 벽을 부술 때마다 뽀얀 가루가 날리는데, 그동안 이곳에서 보냈던 시간들이 한순간에 사라지는 기분이 들었다. 생각보다 소음이 심해서 옆 가게 눈치가 보였는데, 작업자분들은 익숙하다는 듯이 계속 작업을 이어갔다. 그런데 철거 도중에 자꾸 추가 비용 이야기가 나왔다. 원래는 포함인 줄 알았던 폐기물 반출량이 예상보다 많다며 트럭 한 대를 더 불러야 한다는 식이었다. 이미 시작한 판이라 어쩔 수 없이 지갑을 열었지만, 속으로는 ‘이게 맞나’ 싶은 마음이 계속 맴돌았다.

깔끔해진 공간과 남겨진 묘한 공허함

오후 늦게 작업이 끝났을 때, 텅 빈 공간은 처음 이 자리를 계약했을 때보다 훨씬 좁고 초라해 보였다. 바닥에 본드 자국이 그대로 남아있는데, 이걸 제거하려면 또 추가 비용이 든다고 하더라. 건물주는 이 정도면 되었다고 말했지만, 내 눈에는 여전히 엉망인 부분들이 보였다. 서울에서 상가 원상복구라는 게 단순히 짐을 빼는 게 아니라, 계약서에 적힌 ‘원상복구’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끝까지 싸우는 과정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내가 비용을 더 들여서 깔끔하게 비워주는 게 나중에 보증금을 제때 돌려받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씁쓸하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여전히 남아있는 철거 비용의 의구심

결과적으로 예산을 초과해서 돈이 나갔다. 처음에 생각했던 금액보다 30만 원 정도 더 썼는데, 이게 과연 적당한 금액이었는지는 지금도 잘 모르겠다. 평택이나 서울 외곽 쪽은 또 가격 체계가 다르다고 하니 지역적인 특성 때문인지, 아니면 그냥 내 운이 없었던 것인지 여전히 의문이다. 어쨌든 건물은 비워졌고 이제 보증금 문제만 남았는데, 이것도 끝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을 것 같다. 철거라는 게 생각보다 감정적으로도 소모가 큰 작업이라는 걸 이번에 제대로 배웠다. 아마 다음번에는 좀 더 꼼꼼하게 계약서를 챙기고, 철거 비용도 예비비를 훨씬 더 넉넉하게 잡아야겠다는 다짐뿐이다. 여전히 무언가 완벽하게 마무리되지 않은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