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 현장에서 마주한 예상치 못한 벽체

철거 현장에서 마주한 예상치 못한 벽체

계획보다 길어진 철거 작업의 시작

사무실을 옮기면서 기존에 쓰던 공간을 정리하는 게 생각보다 보통 일이 아니었다. 처음에는 가벽 몇 개만 허물면 될 줄 알았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내부 구조가 설계도와 조금 달랐다. 예전에 이곳을 쓰던 분들이 인테리어 업체 없이 셀프로 복층 구조를 만들었던 모양인지, 벽체 뒤쪽으로 정체 모를 배선들이 엉켜 있었다. 인천 지역에서 철거 업체를 몇 군데 알아보다가 그래도 현장 경험이 많아 보이는 곳으로 불렀는데, 그분들도 벽체를 뜯어보더니 한숨을 먼저 쉬더라. 견적을 받을 때는 300만 원 정도면 깔끔하게 정리될 줄 알았는데, 폐기물 양이 생각보다 훨씬 많이 나오면서 자연스럽게 비용이 올라갔다. 서울이나 은평구 쪽 철거 업체 후기도 몇 개 찾아봤지만, 결국 가까운 곳에서 현장을 직접 와보고 판단하는 게 나중에 탈이 없을 것 같아서 결정했는데 시작부터 진땀이 났다.

무허가 복층 구조가 가져온 피로감

문제는 건물 내부에 설치되어 있던 메자닌 구조물이었다. 사실 이게 적법한 절차를 밟고 설치된 것인지 의문이 들 정도로 조잡했다. 철거하시는 분 말씀이 이런 식으로 허가 없이 만들어진 복층은 뜯어낼 때 안전 사고 위험이 커서 더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화성이나 포천 쪽 공장 철거 현장에서도 가끔 이런 무허가 시설 때문에 애를 먹는 경우가 많다던데, 내가 겪게 될 줄은 몰랐다. 망치질 한 번 할 때마다 삐걱거리는 소리가 나는데, 밑에서 보고 있자니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애초에 인테리어 할 때 왜 이렇게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나중에 관리실에서 철거 명령이 내려와서야 수습하는 상황이 되니, 입주민들끼리도 갈등이 생기고 참 여러모로 골치 아픈 상황이었다. 차라리 처음부터 정석대로 시공했으면 이런 고생도 없었을 텐데.

폐기물 처리와 고물상의 역할

철거 자체도 문제지만 진짜 난관은 폐기물이었다. 뜯어낸 폐자재를 밖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엘리베이터 사용 문제로 경비실과 몇 번 실랑이를 벌였다. 하남이나 안양 쪽에서 대형 폐기물 처리할 때도 이 부분이 제일 힘들다고 하던데, 폐기물 차량이 오기 전까지 건물 앞 길가에 쌓아두는 것도 눈치가 보였다. 인천 고물상 몇 곳에 전화해서 고철이라도 가져가라고 연락을 해봤지만, 소량이라 그런지 크게 반기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결국 업체에서 알아서 처리해주는 조건으로 비용을 조금 더 지불하고 정리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굳이 내가 하나하나 신경 쓰지 말고 그냥 전부 맡길 걸 그랬나 싶기도 하다. 그래도 땀 흘려가며 치우는 걸 옆에서 지켜보고 있으니 ‘아, 이게 돈 나가는 소리구나’ 싶어 마음이 편치 않았다.

마무리가 덜 된 것 같은 찝찝함

작업이 거의 끝날 때쯤 현장을 둘러보는데, 벽면 마감이 생각했던 것보다 깔끔하지 않았다. 철거 업체 사장님은 “이 정도면 나중에 도배하거나 인테리어 할 때 문제없다”고 하셨지만, 내 눈에는 울퉁불퉁한 잔재들이 너무 잘 보였다. 며칠 뒤면 새로운 세입자가 들어올 텐데, 이대로 넘겨줘도 될지 고민이 많다. 배관 보일러 같은 것도 오래돼서 교체할까 고민하다가, 일단은 멈췄다. 배관 전부 철거하고 새로 깔면 50만 원은 우습게 넘을 것 같아서 일단 누수 없는 것만 확인하고 덮어두기로 했다. 나중에 문제 생기면 그때 다시 공사해야지 싶으면서도, 왠지 곧 연락이 올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철거라는 게 원래 끝맺음이 이렇게 모호한 건지 모르겠다. 무언가를 완전히 없애는 일인데도 이상하게 흔적이 계속 남는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