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5시에 인력사무소 앞에 서 있었던 일

새벽 5시에 인력사무소 앞에 서 있었던 일

어쩌다 새벽 인력사무소에 나가게 되었나

사실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니다. 주말에 갑자기 급전이 조금 필요하기도 했고, 집에서 빈둥거리는 것보다는 몸을 좀 쓰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다. 요즘 물가가 너무 올라서 그런지 마음 한구석이 괜히 불안하기도 하고. 그래서 평소에 눈여겨보던 동네 인력사무소에 전화를 걸어봤다. 예전에 고덕 쪽 현장 가본 적 있냐는 질문을 받았는데, 사실 현장 경험은 거의 없다고 하니 그냥 새벽 5시 30분까지 나오라고 하더라. 솔직히 잠도 제대로 못 자고 나가는 게 맞나 싶었지만 이미 뱉은 말이라 되돌리기엔 좀 그랬다.

낯선 공기와 담배 냄새가 섞인 새벽

도착하니까 이미 사람들이 꽤 와 있었다. 다들 무표정한 얼굴로 앉아 있거나 밖에 서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데, 그 틈에 섞이는 게 처음엔 조금 어색했다. 사무실 안은 좁고 공기가 답답했다. 믹스커피 한 잔 타서 쭈뼛거리고 있으니 소장님이 이름을 적으라고 했다. 이름이랑 사는 곳, 그리고 무슨 일을 할 수 있는지 물어보는데 사실 나는 아무것도 할 줄 아는 게 없어서 그냥 ‘잡부’라고 적었다. 인력사무소 수수료가 보통 10%라고 들었는데, 막상 가보니까 현장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오늘 내가 나간 현장은 일당 15만 원 정도였는데, 거기서 떼고 나면 내 손에 쥐어지는 게 얼마인지 계산기를 두드려보게 되더라.

나무 창문 철거 현장에서의 뻘짓

현장에 도착해서 처음 맡은 일은 오래된 건물의 나무 창문을 뜯어내는 거였다. 생각보다 창문이 엄청 무거웠다. 그냥 툭 치면 빠질 줄 알았는데, 틀이랑 엉겨 붙어서 잘 떨어지지도 않았다. 같이 간 기공 아저씨는 능숙하게 빠루 하나로 해결하는데, 나는 옆에서 낑낑거리다가 손만 다칠 뻔했다. 나무 가시가 장갑을 뚫고 들어와서 손가락이 조금 따끔거렸는데, 이게 뭐 하는 짓인가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냥 몸만 쓰면 되니까 복잡한 생각 안 해도 돼서 나쁘지 않다는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아저씨는 나보고 왜 그렇게 힘을 못 쓰냐며 혀를 찼는데, 딱히 변명할 말이 없어서 그냥 씩 웃고 말았다.

점심시간의 짧은 휴식과 오후의 무력감

점심은 근처 식당에서 함바집 스타일로 먹었다. 국이랑 밥이 나오는데, 솔직히 맛은 잘 모르겠고 그냥 허겁지겁 집어넣었다. 다들 말없이 밥만 먹는데 그 분위기가 오히려 편했다. 오후에는 계속해서 폐기물을 나르는 일을 했다.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하는데 다리가 후들거렸다. 평소에 운동을 전혀 안 한 티가 여기서 나는구나 싶었다. 창문을 뜯어낼 때보다 이 작업이 더 힘들었다. 시간은 왜 이렇게 안 가는지, 핸드폰 시계를 자꾸 확인하게 됐다. 3시쯤 되니까 정말 아무 생각도 안 들고 그냥 집에 가서 눕고 싶다는 생각밖에 안 들더라.

결국 끝내고 돌아오는 길의 묘한 기분

오후 5시가 되어서야 작업이 끝났다. 사무실로 다시 돌아오니 6시가 넘었다. 현장에서 퇴근할 때 차를 태워다 주기도 하고, 알아서 가라고 하기도 하는데 다행히 나는 근처여서 대중교통을 이용했다. 다리가 너무 아파서 지하철에서 졸면서 왔다. 막상 집에 도착해서 씻고 나니 뿌듯함보다는 그냥 엄청난 피로감이 몰려왔다. 돈은 벌었지만 다시 또 나갈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몸은 너무 힘든데, 인력사무소 사람들의 무심한 태도나 현장의 그 묘한 긴장감이 이상하게 계속 생각난다. 다음에는 조금 더 익숙하게 일할 수 있을까? 아니, 사실은 그냥 좀 더 편한 일을 찾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댓글 1
  • 새벽 시간 창문 뜯는 거, 정말 묘하게 느껴지네요. 몸 쓰는 것도 잠깐이니까, 그런 생각 들이 들 수 있다는 게 흥미롭네요.